살아 있는 것은 끊임없이 '흐른다'. 무엇이든 멈춰 있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영산강은 나주의 태동을 지켜봤고 나주의 역사를 관통하며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영산강이 살아 흐르듯 나주의 역사와 문화도 살아 숨쉰다. 나주에 산재한 과거의 유산들은 단지 옛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 생동하는 문화예술의 장으로 새롭게 되살아나야 한다.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2023>은 유서 깊은 고장인 나주의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공장소 열 곳에서 열린다. 그 ‘열 개’의 장소는 조선시대에서 시작해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1970년대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2023>은 각각의 역사적인 장소에 의미적 맥락이 통하는 미술 작품을 설치한다. 그곳에서 미술 작품들은 장소성에 공감하며 '탄성'을 울리듯 스스로를 개성 있게 표현한다. '흐름, 열 개의 탄성'은 이러한 의미들을 함축한 주제어이다.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2023>은 역사 투어와 예술 투어를 함께 즐기도록 유도한다. 관객들은 생명, 생태, 역사, 시간성과 관련된 입체, 설치, 미디어아트 등 4개국 15명의 작가들이 창작한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작품들이 설치된 역사적인 장소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나주에 펼쳐지는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2023>은 역사성, 장소성, 공공성, 예술성을 함께 연결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시키는 아트프로젝트이다. 그래서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2023 >은 단순히 아트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나주가 추구하는 품격 있는 예술의 도시, 문화콘텐츠를 통한 재생의 도시, 활력 넘치는 축제의 도시를 조성하는 일에 이바지하리라고 본다.
늘 새로운 시도의 과정에는 설레임과 어려움이 혼재한다. 하지만 그런 부침을 거치며 상상은 점차 현실이 된다. 이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아트프로젝트로 비상할 미래를 상상하며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의 첫 장을 펼친다.
Anything alive constantly "flows." To be still means death. The Yeongsan River witnessed the birth of Naju and continues to run through the city's history. Just as the Yeongsan River is alive, so is Naju's history and culture. The heritage of the past scattered in Naju must be revitalized as a vibrant cultural and artistic arena here and now, not just as an artifact of old memories.
Yeongsan River Art Festival will be held in ten historically and culturally significant public spaces in the historic city of Naju. The ten sites have a long history, from the Goryeo and Joseon dynasties to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and the 1970s after the liberation. Yeongsan River Art Festival 2023 will install artworks with a semantic context in these historic locations. The artworks resonate with the sense of place and uniquely express themselves like an elastic sound. Flow, Ten Elasticities is the thematic word that implies such meanings.
Yeongsan River Art Festival invites visitors to enjoy a history and art tour. While viewing contemporary artworks of various genres created by 15 artists from four countries, including installation and media art related to life, ecology, history, and temporality, viewers will be encouraged to revisit the historical sites where the works were installed.
Yeongsan River Art Festival in Naju is an art project that connects history, place, publicness, and artistry and creates new meanings. Therefore, Yeongsan River Art Festival 2023 is not just an art project but will contribute to creating a city of quality art, a city of regeneration through cultural content, and a city of energetic festivals that Naju pursues.
Trying something new is always a mixture of excitement and difficulty. However, through such challenges, imagination gradually becomes a reality. This is the first chapter of the Yeongsan River Art Festival, imagining a future where people worldwide will recognize art projects.
<3명의 신> The Three Gods
골드 스테인레스, 스테인레스에 우레탄 도색, 인공연못, 먹물, 500x500x240(h)cm, 2021
Gold mirror stainless steel, urethane coating on stainless steel, pond installation, oriental black ink, 240(h)x500x500cm, 2021
구 나주역사 앞 광장에 서 있는 형상들은 신들의 이미지를 추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신은 각자가 추구하는 절대적인 가치나 믿음을 은유한다. 일제 강점기인 1929년 10월 30일 구 나주역사에서는 일명 ’댕기머리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를 계기로 나주와 광주를 넘어 전국적인 항일 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광장에서 김병호의 작품은 조선의 독립을 간절히 소망하며 앞으로 전진했던 이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The figures standing in the square before the old Naju Station are abstract images of the gods. In this work, the gods symbolize the absolute values or beliefs we pursue. On October 30, 1929,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the so-called "Braided Hair Incident" occurred at the old Naju Station, which sparked a nationwide anti-Japanese independence movement led by students beyond Naju and Gwangju. Kim Byoungho's work in this plaza represents the people who moved forward hoping for independence for Korea.
<Drift_비정형> Drift_Atypical form
천에 피그먼트, 레이스, 금속링, 가변설치, 2022-23
Pigment print on fabric, lace, metal ring, Variable size, 2022-23
민성홍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버려진 폐품들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폐품으로 버려진 산수화들을 이용했다. 산수화의 이미지들은 천에 인쇄되어 부유하는 듯한 설치작업으로 되살아났다. 인쇄된 산수화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이상향의 풍경을 보여준다. 활기를 잃어버린 옛 통조림 공장 건물에서 민성홍의 설치작품은 이제 새로운 생명력을 꿈꾸는 의미로 다가온다.
Min Sunghong often uses discarded items from everyday life to create new forms of imagery. In this work, Min utilizes discarded landscape paintings. The images are printed on fabric and revived in a floating installation. Most of the images in the prints are idealized landscapes. In a former cannery building that has long since lost its vitality, Min's installation comes as a dream of new life.
<책 읽어주는 소녀> The girl who reads
혼합매체, 비디오, 컬러, 사운드, 가변크기, 9분 13초, 2022
Mixed media, video, color, sound, Dimensions variable, 9min 13sec, 2022
초등학생인 어린 소녀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녀의 이야기에 따라 배경의 영상은 점점 바뀌어 간다. 아름다운 이상향은 전쟁으로 파괴된 풍경이 되고, 마지막엔 평화롭게 눈이 내리는 풍경과 이상향의 모습이 비친다. 일제 강점기 이곳에서는 일본군에 수많은 쇠고기 통조림을 제조하여 납품하였다. 이러한 내력을 가진 폐공장에서 소녀의 꿈 이야기는 전쟁보다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Min Sunghong often uses discarded items from everyday life to create new forms of imagery. In this work, Min utilizes discarded landscape paintings. The images are printed on fabric and revived in a floating installation. Most of the images in the prints are idealized landscapes. In a former cannery building that has long since lost its vitality, Min's installation comes as a dream of new life.
<Bovine Spirits at Rest>
벽화, 400x700cm, 2023
Mural, 400x700cm, 2023
구 화남산업 정문을 통과하면 왼편에 소들을 위한 위령비가 자리하고 있다. 1930년대에 세워진 이 공장에서 일본군에게 제공할 쇠고기 통조림을 생산하기 위해 매일 200~300마리의 소들을 도축했기 때문이다. 하이 뚜는 인간들의 전쟁으로 희생된 소를 애도하는 벽화를 폐공장 외벽에 그리며 그들의 평온을 기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갈등이 빚어낸 문제를 성찰하고, 인간과 동물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기대한다.
As you pass through the main entrance of the former Hwanam Industrial Center, you'll see a monument for the cows on your left. The factory, built in the 1930s, slaughtered 200 to 300 cows daily to produce canned beef for the Japanese army. Hai Tu painted a mural on the exterior wall of the factory in mourning for the cows killed by human wars and wished them peace. Through this, Hai Tu reflects on the problems caused by human conflict. He envisions a harmonious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animals.
<운명> Fate
철, 돌, 가변설치, 2017
Dimensions Variable, 2017
이상용은 오래된 벼루, 길에 버려진 쇠 조각, 테이프 등 누군가가 사용하던 일상의 물건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변모시킨다. 이처럼 오래된 사물과의 만남과 예술적 재탄생을 작가는 ‘운명’이라 일컫는다. 이상용의 작업 방식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나주정미소가 오늘날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는 모습과 겹쳐진다.
Lee Sangyong gives value to ordinary objects that were once used by others, such as an old ink stone, a piece of metal discarded on the road, and a tape, and transforms them into new imagery. Lee refers to this interaction with old objects and their artistic rebirth as ‘fate.’ Lee's way of working overlaps with how Naju Rice Mill, which has a painful history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has been transformed into a cultural and artistic space today, creating another chapter of history with a new message.
<Moon Flower>
비디오와 사운드, 4K, 2014-2016
Video with sound, 4K, 2014-2016
3.1운동 이후 최대의 전국적 항일운동으로 확산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맨 처음 나주에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나주정미소에서 회의를 하며 독립을 갈망하던 학생들의 마음은 다른 이의 마음에 불씨를 옮겼을 것이다. 나오코 토사의 영상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꽃들의 모습은 파괴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마치 연약한 이들이 자신을 산화하며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역사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The Gwangju Student Independence Movement, first ignited in Naju, was the most significant nationwide anti-Japanese movement since the March 1 Movement. The students met at the Naju Rice Mill with the aspiration of independence in their hearts, which may have sparked a fire in the souls of others. In Naoko Tosa's video, the slow dispersal of the flowers is both devastating and beautiful and meditative. It reminds one of the history of fragile people oxidizing themselves and making the world a better place little by little.
<Metronome>
비디오, 싱글채널(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4분 57초, 2019
Video, single channale (color, stereo sound) 4min 57sec, 2019
베트남의 도시들, 특히 남부 최대 도시인 호치민시 곳곳에서 사용되는 굴삭기는 유물들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국토를 개발하는 양면적 이미지를 상징한다. 응우옌 코이는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굴삭기와 인체가 결합된,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인 사이보그 생명체로 은유한다. 호치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일제 강점기 정미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나주정미소가 풀어야 했던 보존과 개발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Excavators ubiquitous in Vietnam, especially in Ho Chi Minh City, the biggest city in the south, symbolize the double-edged image of destroying artifacts and developing the land simultaneously. Nguyen Khoi metaphorizes this absurd reality with a cyborg creature, a half-human, half-machine that combines an excavator and a human body. The problems in Ho Chi Minh City are also bound up with the issues of preservation and development that Naju Rice Mill, a renovation of a Japanese-occupied rice mill building, had to deal with.
<Intervention invading network - net no. 67>
스타킹, 스티로폼공, 가변크기, 2023
Tights and balls, Dimensions variable, 2023
나주정미소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의 기폭제가 된 일명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의 주역들과 관련이 있는 장소이다. 그 주역들 중 한 명이 박준채이고, 그의 형 박준삼이 정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나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이 회의를 하였다. 나주정미소의 부속 건물에 설치된 이레네 안톤의 작품은 마치 뇌 신경세포들이 여러 방향으로 연결되듯이 설치되어 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스타킹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번져 나간 학생독립운동의 양상을 연상시킨다.
Naju rice mill is associated with the central figures of the so-called "Naju Station Braided Hair Incident" that sparked the Gwangju Student Movement in 1929. One of the leaders was Park Junchae, and his brother Park Junsam built the rice mill. This is where the Naju Student Independence Movement leaders held their meetings. Irene Anton's work, installed in the annex building of the Naju Rice Mill, is arranged as if the brain's nerve cells are interconnected in different directions. The spider web of stockings is reminiscent of how the student independence movement spread nationwide.
<온고지신> Taking a from the past
철, 에폭시, 가변설치, 2022
Epoxy, Dimensions variable, 2022
금성관 마당에 설치된 이 작품은 둥근 밥그릇과 풍요롭게 넘치는 밥덩이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강용면은 우리 역사에서 궁핍한 민중들에게 늘 소중했던 밥이자 어머니들이 기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곱게 떠놓았던 밥을 현 시대에 필요한 의미로 되돌아보는 작업을 해 왔다. 조선시대 나주목의 객사였던 금성관에는 나주를 방문한 사신과 관리 들이 묵었다. 금성관 마당에 놓인 밥그릇은 나주에 온 귀한 손님들을 잘 대접하려는 마음의 이미지로 읽힌다.
This work, installed in the courtyard of Geumseonggwan, depicts a round bowl of rice and an abundance of rice balls. Kang Yongmeon has been working on revisiting the meaning of rice, which was always precious to the needy people in our history and which our mothers used to serve to pray for the well-being of their families in the current era. Geumsunggwan, the guest house of the Naju government in the Joseon Dynasty, housed envoys and officials visiting the city. The rice bowl placed in the courtyard of Geumsunggwan is read as an image of hospitality to serve the special guests who came to Naju.
<만남> Encounters
청동에 아크릴, 스테인리스스틸, 160x100x155(h)cm, 2021
Acrylic on bronze, stainless steel, 160x100x155(h)cm, 2021
나주는 조선시대 ‘작은 한양’이라 불릴 만큼 전라도를 대표하는 고을이었고, 나주를 방문한 사신과 관리 들은 큰 규모의 객사인 금성관에 묵었다. 오늘날 금성관 앞은 나주를 방문한 관광객이나 나주곰탕을 찾는 이들이 만나는 장소이다. 김경민의 <만남>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빈 공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작품의 의미를 완성한다. 남자와 여자가 벤치 양끝에 앉아 시선을 교환하는 '만남'은 관객이 가운데 자리함으로써 더욱 긴밀한 '만남'으로 발전한다.
Naju was a prominent town in Jeolla Province during the Joseon Dynasty, often referred to as "Little Hanyang," and envoys and officials who visited Naju stayed at Geumsungwan, the guest house for the officials. Today, the front of Geumsungwan is a meeting place for tourists visiting Naju and those looking for Naju oxtail soup. Kim's Meeting completes the meaning of the work as people come and go and fill the space. A man and a woman sit on either end of the bench and exchange glances, as it develops into a more intimate “meeting” as the viewer sits in the middle.
<I Love you>
청동에 아크릴, (남자)170x65x200(h)cm, (여자)150x60x180(h)cm, 2020
Acrylic on bronze, (man)170x65x200(h)cm, (woman)150x60x180(h)cm, 2020
나주 향교는 조선시대 전기에 설립되어 공자, 맹자 등 성현에 대한 제사와 지방민 교육 및 교화를 목표로 운영된 국립교육기관이었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자신의 심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김경민의 작품은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가족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경쾌하게 보여준다.
Naju Hyanggyo was a national educational institution founded in the Joseon Dynasty. It operated to educate and edify the local people and offer sacrifices to Confucius, Mencius, and other philosophers and sages. Confucianism emphasizes cultivating one's mind and body and keeping one's home in order. The modern interpretation is the importance of a healthy and harmonious family. Kim Gyoungmin's work shows a warm and lighthearted image of a family loving each other.
<앵무새 케이지> Parrot Cage
ABS 플라스틱, 420x300x120cm, 2023
ABS plastic, 420x300x120cm, 2023
<사람들> People
ABS 플라스틱, 300x120x50cm, 2023
ABS plastic, 300x120x50cm, 2023
나주 읍성의 서쪽 문인 서성문은 1894년 7월 1일 나주를 점령하려는 동학군과 나주를 지키려는 수성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그때 성이 함락되지 않자 녹두장군 전봉준은 나주목사 민종렬과 협의를 하기 위해 서성문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러한 서성문 주변에 설치된 김계현의 <앵무새 케이지>와 <사람들>은 은유적인 맥락을 형성한다. 앵무새가 같은 말을 반복하듯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희생되고 잊혀지는 익명의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고 암시하는 것 같다.
Seosungmun, the western gate of Naju Town Castle, was the site of a battle on July 1, 1894, between the Donghak Army, which sought to capture Naju, and the Suseong Army, which defended Naju. When the castle remained unoccupied, General Jeon Bong-jun is said to have entered Seosung gate to negotiate with Naju governor Min Jongryul. Kim Gaehyun's Parrot Cage and People, installed around Seosung Gate, create a metaphorical context. As the parrot repeats the exact words, it seems to suggest that we should remember many people who have been victimized and forgotten throughout history.
<이사 그리고 이사> Move and Move
스테인리스스틸, 철, 콘크리트, 가변크기, 2023
Stainless steel, iron, concrete, Dimensions variable, 2023
2009년부터 숙박체험이 가능해진 이곳은 조선시대에 파견된 지방관리인 나주 목사(牧使)의 살림집으로 ‘금학헌’이라 불렸다. 금학헌(琴鶴軒)은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살고자 하는 선비의 지조가 깃든 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금학헌의 안마당에 설치된 엄아롱의 동식물 이미지 작업들은 공공 표지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상적인 자연을 동경했던 옛 선비들의 마음과 현실의 환경 문제를 동시에 환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Open for public accommodation since 2009, it is the governor's residence of Naju during the Joseon Dynasty, named Geumhakheon. Geumhakheon is believed to mean a house imbued with a scholar's fidelity, whose wishes were to live nobly like a crane, listening to the sound of a lyre. Um's images of flora and fauna, installed in the courtyard of Geumhakheon, appear to be public signs, reminding us of the longing for an idealized nature and of today's environmental problems.
<만화방창> Nan Fire Baing Haing
도자, 나무, 철, 310x130x250cm, 2022
Ceramics, tree, iron, 310x130x250cm, 2022
나주는 삼한시대부터 비단으로 유명했고, 일제 강점기에도 잠업의 중심지였다. 일제 강점기에 잠사 공장으로 쓰이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나빌레라문화센터는 2017년 개관 후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일정의 철 구조물에는 갖가지 꽃과 나무가 서로 어울려 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폐산업 시설이었던 이곳이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음을 은유하는 듯하다.
Naju has been famed for its silk since the Three Kingdoms period and was a center for the silk industry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The Navillera Cultural Center, renovated from a former silk factory during the Japanese rule, opened in 2017 and hosts various cultural education and projects for the public. Park Iljeung's steel structure is decorated with flowers and trees of all kinds, radiating the energy of life. It is a metaphor for the fact that this former industrial facility is blossoming into a space for culture and art.
<브링 더 스페이스-영산강> Bring the space
frp, 스테인리스스텔, 가변설치, 2023
Polycarbonate, stainless steel, Variable size, 2023
앞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과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고 뒤로는 1915년에 설치된 영산포 등대가 서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화려했던 영산포의 과거가 어린 장소이다. 영산강 뱃길을 따라 모여든 수산물과 곡물이 넘쳐나고 상권이 번성했던 시절을 영산포 등대는 목도했던 것이다. 여기에 설치된 조은필의 푸른 깃털들은 영화로운 과거를 품고 다시 날개가 되어 가볍게 날아오를 희망을 품은 듯하다.
With the Yeongsan River and the Hwangpo sailboat pier in front of it, and the Yeongsanpo Lighthouse, built in 1915, behind it, this is a place with a splendid past. Yeongsanpo Lighthouse was a witness to the days when there was an abundance of seafood and grain along the Yeongsan River and a thriving commerce. The blue feathers of Cho Eunphil installed here seem to hold the hope of becoming feathers again and flying lightly with a glorious past.
<축적된 꽃잎> Accumulated petals
스테인리스스틸, 우레탄페인트, 75x180x180(h)cm, 2023
Stainless steel, urethane paint, 75x180x180cm, 2023
복합문화공간 영산나루의 영산재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문서고로 사용되었다. 떨어지는 꽃잎을 단순하고 유기적인 형태로 재해석한 남지형은 이 형태들을 이용해 낙화하는 과정의 운동감을 마치 춤추는 인간의 모습과 같이 표현한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의 시간들은 지나가고 이제 이곳이 활발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생명력을 일으키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The Yeongsanjae building in the Yeongsan Naru cultural complex was used as a documentation center for the Oriental Development Company, which was established to seize land and resources from Korea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Nam Jihyung reimagines the falling petals as simple, organic shapes and uses them to express the sense of movement like a human figure dancing. It suggests that the dark days of the Japanese occupation have passed and that the site is now revitalized as an active cultural space.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 조형예술을 전공하였다. 미술계 현장에서 기획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19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예술감독, 2018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2015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미술생태연구소를 운영하며 전시 기획, 공공미술 프로젝트 관련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잠과 관련된 작품들을 엮은 <잠에 취한 미술사(2017)>, 베를린의 주요 기념조형물을 연구하여 소개한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2018)>이 있다.
올댓큐레이팅 미술기획연구소의 대표 큐레이터이다. 2010년부터 갤러리, 전시기획사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고 2018년 올댓큐레이팅을 설립하고 전문적인 전시기획을 펼치고 있다.
국가예술사업을 주로 하며, 대표적인 기획으로는, <소마미술관 스포츠x아트스테이션2022>, <잡지주간 예술감독2022>, <아트경기2022~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나는예술여행 2021~2020>,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인터뷰페어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큐레이터 2019> 이 외에도 아르코미술관, 제주문화예술재단, 수림문화재단, 화성시문화재단 등 다양한 미술계 기관과 전시기획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2023> 큐레이터를 맡았다.
학사로는 예술학을, 석사로는 소프트파워를 연구하고자 국제학을 전공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사업개발팀 국제교류 인턴으로 미술계에 입문하였고, 이후 현대미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힘에 매료되어 오늘날까지 즐겁게 기획일을 수행하고 있다. 코리아투모로우(2016~2019), 경기문화재단(2020~20222)에서 사업개발, 아트컨설팅, 미술산업 등 동시대 미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도전적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국립대구박물관(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2019), 수피아미술관(2019~2020), 한국방송통신대학(2019~2020) 등에서 전시기획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